아지라파엘과 크롤리가 사이좋은 기반으로 질투하는 아담이 나옵니다. 뒷부분에 수위가 있어서 따로 올림
어쩄거나 두 천사와 악마 사이에는, 6000년간의 서로의 차이를 매꿔온 시간이 존재 했다. 보통의 연인간의 싸움이 기껏해야 2~30여년간 다른 환경에서 자라와서 서로 다른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것일 때, 서로 다른점을 6000여년간 보아온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오래된 부부 혹은 그 이상의 느낌을 주곤했다. 이를테면, 초밥집에서 주고 받는 소소한 눈빛으로 건네주기라던가, 크롤리의 아파트에는 본인은 절대 선호하지 않는 달콤한 코코아분말이 있다던가, 겨울이면 앤젤의 서점근처 난롯가에는 부드러운 천이 담긴 작은 바구니가 놓여있다던가, 앤젤이 먼저 앞서가면 크롤리가 뒤에서 따라간다던가, 크롤리를 위해 잠시 앤젤이 멈춰서서 기다린다던가, 앤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원에서 책에 빠지거나 하면 크롤리가 혀를 차고는 차에서 담요를 가져와 앤젤의 무릎에 덮어준뒤 자신도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든다거나. 크롤리가 신상에 정신이 팔려 눈이 반짝거릴때는 앤젤은 살풋 웃으면서 책을 꺼내든다거나. 장을 같이 보러갔을 때 아지라파엘이 입을 열기만 했는데도 크롤리가 안돼 앤젤, 코코아는 이미 충분해! 라고 이야기 한다던가, 크롤 리가 손바닥을 비비며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에 아지라파엘은 계란은 충분하다구, 크롤리. 라고 말한다던가. 아담이 보기에는 정말로 오래된 부부같은 두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두 사람-두 인간계 관리 담당자-들이 함께 보낸 6000년의 기간을 앞에두고 채 20년도 살지 않은 사탄의 아들, 적 그리스도, 붉은용은 질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질투라고 한다면 크롤리의 전문이었다.
벤틀리를 타고, 명품정장에 선글라스, 구두까지 수제작해서 돈으로 빼입고 잘생긴 ‘젊은’ 크롤리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만으로도 수많은 남자들의 영혼에는 질투의 녹이 스몄기에, 크롤리는 딱히 거기에 여자를 태워야 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어쨌든 앤젤과 같이 있으면 여자들은 다가오는 대신 멀리서 수군거리는 방법을 택했으므로. 그랬기에 아담의 반 협박으로 아담을 데리러 와서- 아담은 친구네 집에 맡겨놨던 짐들을 기숙사로 옮겨야 한다고 했고, 그런 짐을 옮기는 데 내 벤틀리가 쓰여야 하냐는 크롤리의 주장은 철저하게 묵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막상 아담도 그 말에는 일리가 있는거 같아서- 한번 불에 탄 것으로 그 벤틀리의 고난은 충분했다-무거운 짐들은 택배로 부쳤고, 남은것들은 정말 차로 한번 실어 나를 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담이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들고 내려왔을 때, 크롤리는 문자 그대로 여자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태연하고도 능숙하게 여자들의 농담을 받아치는 중인 크롤리였지만, 아담은 충분히 크롤리가 당황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뭐하는거에요 크롤리?"
도와주려고 했는데 기분이 나빠지는건 어쩔수 없었나보다. 여자애들의 눈은 어쩐지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몇몇은 애교를 부리며 크롤리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전혀 안귀엽거든.
“아담! 늦었구나. 아리따운 아가씨들에게 잡혀서 드라이브를 요청당하고 있었지. 내 벤틀리는 오늘 짐을 부리는데 사역될 예정이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으셔셔 말이야.”
하지만 자신을 발견하고 화색을 띄는 크롤리의 얼굴이라니, 어찌나 보기 드문것인지 아담은 이내 화난 마음을 용서하고 크롤리를 도와주기로 했다. 여자애들의 무리를 헤치고 지나가-벤틀리의 문을 열고 들고 온 짐을 벤틀리 안에 잘 집어 넣었다.
“자..이렇게 오늘 크롤리의 벤틀리는 짐을 부리는데 쓰일 용도니까, 안타깝지만 남은 자리가 없는걸?”
“말도 안돼! 저 벤틀리를 정말로 짐용 트럭 대신 쓰겠다는거야, 아담!”
아. 일이 커졌다. 이번의 믿을수 없다는 듯이 터져나온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여자쪽이 아니고 믿을수 없다는 불신이 담긴,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차에 대해 민감할 또래의 남자애들을 신경쓰지 못한 탓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자동차는..종교에 가까웠는데. 일이 커지는게 걱정되어서 능력을 쓸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틈에 크롤리는 아담의 팔을 잡아 당겼다.
“자자, 시간을 끌수록 내 벤틀 리가 짐에 혹사당하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겠어? 내장재가 걱정된다구. 그러니 아담, 빨리 가는게 좋겠는데.”
아담에게 노란색 눈을 찡긋 해보인 크롤리는 돌아서서 경악에 찬 남녀무리에게 그렇게 호소했다. 곤란한 사촌을 둔 사촌형-이란 설정이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사람들은 아담에게 경악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순순히 길을 터주었다. 벤틀리 안의 내장재가 망가진다니, 오 맙소사! 아담의 눈에 특히 열분을 토하는 레이싱클럽의 일원들이 보였다.
“크롤리.......”
악마의 도움을 순순히 받겠다고 한 자신이 문제였던게 아닐까하고, 적 그리스도는 이마를 구기며 생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