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적ts청으로 트위터에서 풀던 걸 키안님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연성해보았습니다 ㅇㅅㅇ* SF인척 하고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 연방 의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제광행성계에서 아카시 행성의 대표는 으례 제광 행성계를 대표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 아카시 행성의 대표를 뽑는 선출식은 십년마다 열렸다. 외부에서는 여왕이라고 불리는 대표직은 종신에 가까운, 십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는 자리였으나 대개의 경우 통치보다 본인이 관심있어하는 영역의 탐구를 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시 행성 내에서, 대표직은 명예직에 가까웠다.
" 그래서, 이번에 물러나려고 합니다."
왕관을 내려놓은 여왕은 기쁜듯이 명랑하게 말했다.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가득찬 그녀는 모여선 후보의 자격을 갖춘 소녀들 앞에서 손뼉을 쳤다.
"곧 나무의 열매가 열릴 때이니 다음 첫 열매가 열리면 선출식을 열도록 합시다."
작은 웅성거림이 무리속에서 피어올랐다. 현 여왕이 십년 정도 더 해주면 좋겠다는 투덜거림과, 자신이 맡고 있는 연구가 어째서 십년이나 중단되면 안되는 중요한 것들인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여왕의 자격을 부여받고 태어난 소녀들은 당연하게도 성취욕이 높았고 그건 여왕이 되어서 귀찮은 일과 행성 밖의 멍청이들을 상대하는 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는 했다.
"세이카는 관심이 있겠지?"
세이카는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인 소녀를 위해 조금 위로 떠올랐다. 같이 태어난 동기 중에서 성장이 제일 늦게 멈춘, 그래서 제일 늦게 성인이 된 소녀를 세이카 역시 다른 동기들 처럼 아꼈다.
"응, 굉장히 관심 있어."
성장이 멈추어야만 성인으로 인정받고, 그 뒤로 쭉 그 모습이 유지되는 아카시 행성의 사람들과 달리 행성 밖은 그들이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힘도 없고, 계속 늙으며 아카시 행성의 소녀들을 가끔 잊고 어린아이로 대하는 멍청이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그들은 중앙 시스템의 유전자 배합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성인이 된 세이카의 입장에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남자와 여자라는, 두가지의 성으로 나뉘어 결합하면서 그들은 아카시 행성의 번식을 기계적이라고 종종 일컫는 듯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중앙 시스템의 유전자 풀의 방대함과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무지에 대한 비난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착각과 다르게 아카시 행성의 사람들은 군인이나 과학자가 되도록 결정된 게 아니었다. 그런 적성과 아주 조금의 랜덤한 특이성, 아카시 행성에서 종종 우스개 소리로 쓰이는 작은 다양성을 통해서 태어난 클래스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이카는, 동기 중에서 제일 빨리 성장이 멈추어 그 초능력의 강대함을 짐작할 수 있는 외견인 어린 소녀는 여왕자리를 내심 선택해 둔 것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연임하는 여왕을 오랜만에 가질 수 있을지도 몰라."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세이카는 미소지었다. 아카시 행성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것 뿐이었다.
***
"그럼, 선출식을 시작합니다."
여왕으로서의 마지막 일이라는 생각에 잔뜩 들떠있는 여왕의 무릎에는 식물학 논문들이 놓여 있었다.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초능력을 쓰기 어려운 호수, 그 가운데의 작은 모래섬에는 목표인 붉은 열매를 늘어트린 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다. 그 열매를 탐구하고 싶어서 여왕이 되는 것도 감수했다는 소리가 들리는 여왕은 열매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성격 급한 몇명은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호수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허리까지 물이 차는 곳에 다다른 그녀들은 곧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세이카는 출발하지 않은 채 보고 있었다.
"세이카, 안 가?"
동기 소녀 중 한명이 뒤돌아 보며 물었을 때 세이카는 팔을 치켜 들었다. 그녀의 손짓을 따라 호숫가에 쌓여있던 나뭇잎들이 바람을 타고 올라 호수에 떨어졌다. 섬에서 조금 떨어진 곳 까지 이어진 그 나뭇잎 징검다리에 세이카는 발을 디뎠다. 호수의 방해에 대한 말들은 정말이었는 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능력을 쓰는게 편하지만은 않다고 세이카는 생각했다. 맨발에 와닿는 바싹마른 이파리가 세이카를 간지럽혔다. 한걸음 한걸음 나무를 향해서 세이카는 걸어나갔다.
"우와!"
"아하하!"
누군가가 웃는 소리, 감탄하는 소리를 지나쳐서 세이카는 계속 걸었다. 세이카의 집중에도 나뭇잎들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또 수영을 즐기는 어린아이가 되어 물장구나 치기 시작했다. 배영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동기에게 눈빛으로 응답하면서 세이카는 속도를 높였다. 녹색 물빛이 세이카의 하얀 발을 적셨다. 철벅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세이카는 이제 달렸다. 나뭇잎의 끝에 다다라 세이카는 섬을 향해 주저 않고 뛰어들었다. 허리까지 순식간에 물에 빠진 채로 세이카는 나무를 향해 걸었다. 처음으로 초능력을 쓸 수 없는 몸으로 뛰어서, 늘어진 가지에 매달렸다. 손을 뻗어 열매를 쥔 채로 세이카는 뛰어 내렸다. 붉고 단단한 열매가 세이카의 손 안에 있었다. 세이카는 열매를 쥔 손을 치켜들었다. 동기들의 환호성이 올랐다. 박수를 치는 여왕을 보고서야 세이카는 발이 온통 주황색 모래로 덮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엇다. 무릎 까지 모래가 튀어 엉망이었지만 세이카는 열매를 볼에 가져다 댔다. 그녀가 기다리던 날이었다.
***
물론 각오한 만큼, 아니 사실은 각오를 무색하게도 행성 밖에는 멍청이가 너무나 많았다. 세이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갈색 피부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많은 바보를 본 세이카도 설마 제광 행성계에 살면서 아카시 행성과 사막 행성이 사이가 나쁘다는 걸 모르는 슈토쿠 행성의 관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바보가 정말로 있어서, 그 관리는 두 행성의 대표를 마주보는 자리에 배치했고, 무식한 사막행성의 대표는 벌에 쏘인 말처럼 뛰어다니며 세이카의 호위병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역시 돌아가면 안건으로 여왕 호위대의 축소를 올려야 겠다고 생각하며 세이카는 눈을 깜빡였다.
"하! 이딴 것도 호위라고 달고 다녀? 공주님."
"그것 만큼은 나도 동의하지만, 공주님이 아니라 여왕님인걸?"
세이카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아카시 행성의 시스템을 비난하고 멋대로 번식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마침내 사막밖에 남지 않아 이제는 용병일을 하거나 해적만 골라 털고 다니고, 성인식은 소행성을 유인 비행정으로 부수는 것인 미개한 사막 행성의 대표가 스무살도 안 된 어린 여자아이라는 건 놀라웠다. 하지만 그 무식함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얀 테이블 보 위에 검은 군화가 내리 꽂혔고 아카시의 눈길을 따라서 순식간에 벼려진 나이프가 더 빽빽하게 거리를 좁혔다.
"두사람 다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만 둬 주지 않겠나. 부하는 따로 질책할 테니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질린듯 한 목소리가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두 사람 다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카는 군화를 테이블에서 내렸다. 세이카는 나이프를 모두 원래의 주인 앞에 곱게 놓았다. 세이카로서는, 아카시 행성의 소녀를 어머니로 둔 미도리마에게 작은 빚을 지워둬서 나쁠 건 없었다. 저 무식한 사막행성의 대표가 순순히 말을 듣게 하는 그 수완이 궁금하기도 했다.
"좋아, 네 얼굴을 봐서 그만 둘게."
세이카가 다이카가 한 말이 문자 그대로라의 뜻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