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연성으로 옮겨보았습니다. 오소마츠가 대요괴, 카라마츠가 어린 텐구, 이치마츠가 네코마타 반요로 나오는 요괴 AU입니다. 오소>카라><이치에 가깝습니다. 눈알이나 장기에 대한 묘사나 요괴가 인간을 먹는 표현이 나오니 주의해주세요. 이번 편에는 직접적인 식인 묘사는없습니다. 이치마츠가 등장하지만 대사는 없습니다. 이치마츠는 다음편에 활약할 예정입니다...
오소마츠는 대 요괴, 카라마츠는 텐구 모티브로 스님의 수행을 도우려고 한다는 설정, 이치마츠는 네코마타라고 꼬리가 두개달린 고양이 요괴의 혼혈이라는 설정입니다. 적당히 옛날 배경입니다.
오소마츠는 부싯돌을 꺼내 곰방대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따닥 소리만 나고 불꽃이 타오르지 않았다. 계속된 비로 동굴이 습기로 가득한 탓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는 일어났다. 동굴 입구로 걸어 나간 오소마츠는 주먹을 쥐었다. 요기로 동굴의 습기를 밀어내고 나서 오소마츠는 주먹을 풀고 팔짱을 꼈다. 산자락 아래 인간들이 사는 마을 위에는 검은 먹구름이 모닥모닥 모여 있었다. 좁은 곳에서 서로 뭉치고 모이고 흘러서, 마을에는 비가 끝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을 터였다.
“저런. 올해도 농사는 글렀네. 작년에는 가뭄, 올해는 홍수라니 민심이 흉흉해지겠어.”
그리고 오소마츠가 뿌린 씨앗은 그 비를 먹고 무럭무럭 자랄 것이었다. 귀고리와 함께 삼켜진 여자라던가 하는, 굳이 농사짓지 않아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일도 살다 보면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요괴의 농사에 인간의 번민이 비료인 건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소마츠는 냇가가 넘칠 거라고 확신했다. 손님이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하는 게 장사와 신뢰라는 거라고 누군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생각을 하며 오소마츠는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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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밖은 여전히 어둡고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냇가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게 했다.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가 쩌정하게 났다. 쓰러지는 나무에 다시 몸을 부딪쳐 냇가를 건널 다리를 만든 남자는 한쪽에 내려놓았던 짐을 조심스럽게 추슬러 들고는 흘러가려는 나무를 딛고 냇가를 건너 동굴로 뛰어왔다. 빗방울이 때리고 있는 얼굴은 오소마츠가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었다.
“오소마츠!” “안녕,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물귀신이라도 된 것처럼 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품안에 안고 있던 걸 오소마츠를 향해서 내밀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작은 펑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가 안고 있던 남자아이는 보라색 털의 고양이로 변해버렸다. 등에 꽂힌 화살에는 부적이 붙어있었다. 카라마츠가 당황한 것과 오소마츠의 입가가 실룩인 건 동시였다.
“치료해줘. 오소마츠, 너라면 가능하지?” “못 하는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고양이의 턱을 받쳐주는 걸 보며 그렇게 말했다. 요괴들에게 이 동굴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곳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요괴들의 욕망이라는 게 더 강해지고 싶다 혹은 인간을 홀려서 이득을 얻고 싶다는 본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소마츠는 요괴지 신이 아니었다. 반쪽이라도 인간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의 소원은 그만큼 황당한 것이었다.
“뭔가 방법이 없어?”
보라색 고양이가 품으로 파고드는 걸 등에 박힌 화살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면서 카라마츠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눈도 뜨지 못한 고양이의 코끝이 카라마츠의 가슴에 킁킁거리며 파고드는 게 오소마츠의 신경을 건드렸다. 팔에 몇 번 얼굴을 문지르더니 마침내 편한 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고개를 괴고는 아프다고 조그맣게 우는 걸 카라마츠는 어떻게든 덜 아프게 해주고 싶어서 안절부절 이었다. 이쪽은 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모습은 오소마츠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구역질나는 상황이었다.
“방법이야 있지.”
오소마츠는 최대한 천천히, 느리게 말했다. 카라마츠가 자신의 입에서 나올 한마디를 기다리며 눈을 맞춰 오는 상황을 조금 즐기고 싶었다.
“요괴로 만들어 버리면 돼.” “요괴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눈을 맞춘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한 게 아니라 오소마츠의 동작을 따라한 것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응. 요괴로 만들면 그 뒤로는 요력을 이용해서 회복할 수 있잖아.” “하지만 이치마츠는 인간과 섞여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이치마츠라는 이름을 머리에 새기며 오소마츠는 고양이의 등에 꽂힌 화살 끝에서 부적을 당겨 빼냈다.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는 이치마츠에게 팔을 잔뜩 긁히고도 카라마츠는 기절해버린 고양이보다는 그 화살을 건든 오소마츠만 나무라고 싶은 모양이었다. 카라마츠의 항의어린 눈빛을 받아 넘기며 오소마츠는 한껏 비열한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등에 화살이 꽂히기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카라마츠. 이게 무슨 부적인 줄 알아?”
불필요한 역할은 빨리 극에서 퇴장해주는 편이 오소마츠에게는 편했다. 부적을 손에 내리쳐서 주의를 끄는 소리를 낸 오소마츠는 설명을 계속 했다.
“익사 주문이 걸린 부적이야. 보통 창고에서 쥐를 몰아낼 때 쓰는 주문인데, 여기에 걸리면 쥐들이 저절로 냇가에 가서 빠져 죽거든. 아까 냇가를 헤엄쳐서 건너오는 대신 나무를 쓰러트렸지? 잘한 거야. 이 부적에 당한 상태로 물에 들어갔으면 그대로 목까지 물이 차올라서 죽었겠지.”
대신 지금은 폐에서 물이 차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달라붙어 있는 게 까마귀 요괴라는 게 이치마츠라는 꼬마의 행운이었다. 이 땅에서 까마귀는 태양과 관계가 있는 요괴였다. 그 열기가 부적이 이치마츠를 살해하는 걸 늦추었을 것이었다.
“카라마츠. 저 고양이를 익사시키려고 한 인간들 틈에 섞여 살라고 내보낼 거야? 저 반쪽짜리 네코마타가 원하는 게 어떤 걸까?”
오소마츠는 아무래도 좋았다. 오소마츠는 갈등하는 기색이 역력한 카라마츠를 향해 과장되게 팔을 치켜 올렸다.
“어떻게 할래?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되물었다. 카라마츠가 어떤 선택을 해도 그건 카라마츠의 결정이었다. 그 선택이 저 고양이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하는 것도 오소마츠의 관심 밖이었다. 오소마츠의 관심은 그래서 카라마츠가 그 선택의 대가로 자신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온통 쏠려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오소마츠의 태평한 태도가 카라마츠에게 여유를 돌려주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카라마츠는 힘들게 숨을 내쉬는 이치마츠를 한 번 더 보았다. 그 오르내리는 등에 손등을 가져다 댄 카라마츠는 잠시 맥이라도 재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카라마츠는 결심한 표정이었다.
“이치마츠를 요괴로 만드는 데 네 요력이 필요해.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소마츠의 손끝에서는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나 있었다. 검붉은 빛을 띤 손톱의 끝부분을 부러트린 오소마츠는 다시 손톱을 집어넣고 그 조각을 손에 쥐었다.
“그럼 나한테는 뭘 줄래?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말했다. 흉내라고는 해도 오소마츠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었고 상인은 손해를 보면서 움직이는 게 아닌 법이었다. 오소마츠의 물음에 카라마츠는 자신이 빈손이라는 걸 깨달은 듯 소맷자락을 뒤적거렸다.
“내가 분명히 자잘한 걸 주워오지 말고 내 제안을 수락하라고 했었지.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자신이 너무 오래 동굴에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자신의 손톱에 땡중의 눈알을 하나 내놓는 놈이 있나 하면 뭔가 줄게 없나 하고 품을 뒤적거리는 어린 까마귀 요괴가 있었다. 후자가 생겨난 건 순전히 오소마츠의 호의 탓이었지만 그것까지는 오소마츠의 생각이 닿지 않았다. 대신 오소마츠는 그 팔을 잡아서 움직임을 멈추게 하며 카라마츠의 귓가에 속삭였다. 카라마츠의 반대쪽 팔은 이치마츠를 단단하게 받쳐 들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손님도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어린 기생 같았는데 지금은 꼭 새끼를 지키는 어미처럼 굴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내 씨를 받으면 손가락 하나는 그냥 주겠다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귓가에서 입을 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내리 눌렀다. 흠칫 뛰어오르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손으로 누르면서 오소마츠는 입술을 가볍게 문질렀다. 예쁜 모양을 하고 있는 귓바퀴에 입술을 부비고 내려와 부드러운 귓불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입을 떼었다.
“그렇지만 그건 네게 주겠다고 했던 거지. 이 녀석한테 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
오소마츠가 후한 건 카라마츠지 카라마츠가 주워온 반쪽짜리 네코마타가 아니었다. 전당포의 규칙을 어긴 놈을 손님으로 취급할 생각도 없었다.
“저 등에 박힌 화살은 안 돼. 더구나 이 녀석은 지금 본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내가 이 점포를 차린 뒤로 그랬던 손님이 돌아간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런 기록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지만 오소마츠는 그렇게 지껄였다. 그저 하루하루의 재미를 위한 전당포 일이었다. 애초에 오소마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뭐가 들어왔고 뭐가 나갔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이 산의 모든 나무에서 열렸다가 떨어지는 열매를 세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쓸모없고 재미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소마츠의 의도대로 카라마츠의 얼굴은 희게 변했다.
“그래서 나한테 뭘 줄래?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고 자신과 떨어트려 세웠다. 오소마츠의 힘에 비틀대면서도 카라마츠는 넘어지지 않고 몸을 똑바로 했다. 그 세운 몸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훑으면서 오소마츠는 다시 말했다.
“저 녀석에게 내 요력을 주면. 넌 뭘 줄래?”
뭘 받더라도 오소마츠에게는 손해였다. 인간을 잡아먹지도 못하는 인정머리의 소유자인 카라마츠가 스님을 돌보면서 주워 온 쓸데없는 물건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혹은 날개 끝부터 날개 끝까지 카라마츠를 남김없이 삼키더라도 오소마츠에게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요력으로만 계산하면 그랬다. 그렇지만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줄 수 있는 다른 건 분명히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하지만 카라마츠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소마츠도 그게 뭐냐고 한다면 확실히 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오소마츠와 교환 가능한 걸 카라마츠는 가지고 있었다.
“뭐든지 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카라마츠. 그래……. 귀라도 한쪽 줄래?”
전부 삼켜버리고 싶은 쪽이 충고를 해버리 게 되는 게 카라마츠가 가진 위력이라면 위력이었다. 오소마츠는 빨갛게 된 카라마츠의 귀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카라마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저 걸 위해서?”
동굴 밖에서 치는 번개와 무관하게 오소마츠의 눈에도 불꽃이 튀어 올랐다. 만난 지 얼마나 되었더라, 작년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한해를 겨우 넘긴 일이었다. 겨우 그런 인연을 위해서, 비행을 해야 하는 요괴가 귀를 한쪽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경악에 가까운 오소마츠의 반응에도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눈빛에 담긴 의지가 확고해서 오소마츠는 더 말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좋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품에 안겨있던 이치마츠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 축 늘어진 채로 들려온 고양이의 등에서 화살을 뽑아낸 오소마츠는 손톱 조각을 집어넣고 그대로 주둥이를 붙잡았다. 깨어난 이치마츠는 화살을 뽑아 낸 등에서 피가 솟아 나오는데도 아랑곳 않고 오소마츠를 향해서 이빨을 드러냈다.
“삼켰지? 소화할 수 있는 데 까지 소화해 봐.”
주둥이를 눌린 채 화를 내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향하는 오소마츠의 말투는 조롱에 가까웠다. 이치마츠의 등에서 솟아오르던 피가 검은 연기로 바뀌더니 오소마츠의 손 밑에 있던 이치마츠는 짙은 보라색 연기로 변해 흩어져 버렸다.
“이치마츠!”
카라마츠의 손을 스치고 지나간 보라색 연기는 오소마츠를 피해 동굴 안쪽으로 도망가려다가 오소마츠가 쳐둔 결계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그 충격으로 바닥에 흩어진 보라색 연기는 뭉글거리며 뭉치고는 바닥에 모여 반구를 생성했다.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 손대지 않는 편이 좋을 걸.”
오소마츠는 그 반구에 손을 대려는 카라마츠에게 경고를 주었다. 요괴로 만드는 일이 뭐라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그게 일반적인 생명의 탄생과 같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반요가 요괴가 되려고 한다면 필요한 단계가 있었다.
“반요가 요괴가 되려면 말이야, 카라마츠. 인간인 부분을 태워 없애야 해.”
오소마츠는 보라색 반구 앞에 쪼그려 앉으려는 카라마츠를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금방 될 일은 아니었다.
“달리 어떻게 요괴가 된다고 생각해?”
먼저 육신을 태우고 그 다음에 정신을. 빠르게 태울수록 충격이 줄어들지만 요력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이 단계에서 대부분이 죽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덕분에 거기서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요괴로서의 육신을 생성해야 했다. 그 부분은 이치마츠의 몫이었다. 과하게 삼킨 요력에 삼켜지지 않고 흘러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인간이었던 부분을 요력으로 메꾸어야 했다. 실패할 수도 있었다. 백 살을 산 카라마츠보다도 한참은 어린 반요에게 오소마츠의 요력은 과식을 넘어서서 목구멍에 깔때기를 붓고 쏟아 넣는 폭력에 가까울 것이었다. 절 하나를 삼키고 눈알 하나만을 들고 왔던 녀석이 곧 터질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던 것처럼 지금의 이치마츠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 흘려보내는 게 정답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괴의 욕심은 끝없는 것이었다. 이제 막 몸을 생성하는 요괴가 흘러가는 요력을 그대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둘 리도 없었다. 본능의 영역에서 삼키고 또 삼켜서 터질 때까지 주워 삼키려 할 것이었다.
“그런가, 이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군......”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가장 큰 죽음의 고비를 넘기게 해주고도 그런 태도였다. 성공해봐야 세상에 고양이 요괴가 하나 더 해지는 그 정도의 시시한 일이었다. 오소마츠는 어디까지나 새 파였다.
“카라마츠, 얼굴을 이쪽으로 내밀어 볼래?”
카라마츠는 고양이 파였던 걸지도 몰랐다. 반구 안에서 연기들은 뭉쳐서 고양이 형상을 만들었다가 다시 사라지는 걸 반복했다. 몇 번 더 겹쳐지면서 짙은 보라색이 되는 걸 카라마츠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보고 있다가 오소마츠를 향해서 얼굴을 돌렸다.
“귀 이쪽으로 내밀어봐. 그래.”
오소마츠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는 붉은 실 한 가닥이 파직거리면서 맹렬하게 돌고 있었다. 오소마츠 본인의 피에 담긴 요력에 반응해서 반구가 일렁였다. 카라마츠는 한쪽 귀를 오소마츠에게 잡히고도 다가올 고통보다는 그게 더 신경 쓰이는 것처럼 보였다.
“저대로 내버려 두는 게 좋아. 지금 단계에서 부딪히면 어그러진다.”
오소마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카라마츠의 뺨을 두들겼다. 다 삼키지도 못하고 있는 주제에 이쪽을 향하고 있는 욕심만큼은 반요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웠다. 주제 넘는 욕심이 오소마츠를 향하는지 카라마츠를 향하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달려들면 형체도 없이 뭉개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오소마츠는 두들긴 카라마츠의 뺨을 다시 손등으로 쓸어내렸다. 깃털갈이를 끝냈지만 아직도 그의 까마귀는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었다.
“왼쪽 귀로 하자.”
그렇게 말하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귓불을 잡아 당겼다.
“아, 어?”
카라마츠는 다시 눈을 떴다. 생각했던 것만큼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카라마츠는 귀에 손을 가져갔다. 잠깐 따끔했고 귀는 아직 남아있었다. 붉은 선이 귓불로 파고들어 귓바퀴를 향해 달려가다가 이내 스며들어 사라졌다는 건 카라마츠가 보지 못한 사실이었다. 카라마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안 먹을 거야?”
오소마츠는 곰방대를 꺼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잎담배를 넣고 불을 붙이고 그 연기를 저 멍청한 얼굴에 뿜어주면 조금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품안으로 손을 넣어 곰방대를 꺼내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답해주었다.
“지금 귀를 떼먹으면 저걸 들고 어떻게 날아가? 밥은 어떻게 먹을 건 데?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자를 둘로 늘릴 거야?”
그제야 이해한 표정이 된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곰방대에 잎담배를 꾹꾹 눌러 담았다. 부싯돌 대신 손가락 끝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오소마츠는 볼이 홀쭉해지도록 연기를 빨아들였다. 반구 안에서는 보랏빛의 네코마타가 천천히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형상을 감싼 반구가 서서히 사라지는 걸 보면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저게 다 나으면 찾아와.” “고마워, 오소마츠.”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이치마츠를 안아 올린 카라마츠는 그 말만을 남기고 동굴 밖으로 뛰어갔다. 여전히 내리는 비를 피해 이치마츠를 품안에 넣은 카라마츠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후.”
오소마츠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린 담배를 버리고 새로운 잎담배를 채워 넣었다. 연기를 머금고 다시 재가 된 것을 버리고 담배를 우겨 넣는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동안 탁자 위에는 재가 수북이 쌓였다. 입이 데인다든가 담배가 제대로 불이 붙지 않는다든가 하는 문제에 인간처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게 다행이었다. 동시에 그래서 오소마츠의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울화가 꺼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소마츠는 더 이상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곰방대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덜 꺼진 재로 타들어가고 있던 탁자는 오소마츠의 서슬에 반으로 부서져 내렸다. 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드러난 탁자의 검댕 자국이 꼭 서쪽 산을 떠나 다시 점이 되어 날아간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오소마츠는 부서진 탁자를 걷어차서 불을 붙이고 돌아섰다. 오소마츠가 사는 서쪽 산에는 까마귀가 살지 않았다.